<리눅스 프로그램 리뷰 : Krita ! >
안녕하세요. 평소 눈팅만하다가 행복한 펭귄님의 도움으로 글 올리게 된 만화가 엄두, 정종욱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평가하게 될 프로그램은 Krita 인데요. 많은 그림쟁이 리눅서분들께서 이 글을 보시고 유의미한 도움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적어봅니다.
행복한 펭귄님의 요청을 듣고부터 고민해왔습니다. 리뷰글이 유저에게 줄 수 있는 유의미한 도움이란 무엇일까? 저는 다음과 같이 생각합니다. '그림쟁이 유저가 이 프로그램을 쓸 때 겪을수 있는 일들에 대해 솔직하게 말해주는 것' 이라구요.
- '디지털 페인팅의 창조성을 자유롭게!' 크리타의 모토다. 저 모토에 반해서 시작된 나와 크리타의 인연.
우선, 크리타는 그래픽 프로그램 중에서도 페인팅 프로그램입니다. 그림을 편집하는 용도보다는 그려내는 용도에 더 알맞은 프로그램이죠. 일반 유저들이 쓰기에는 군더더기가 많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그림을 전문적으로 그리는 그림쟁이 유저들에 맞춰서 제작된 프로그램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다음과 같은 전문적인 기준으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 다양한 브러쉬 옵션을 지원하는가?
2. 붓질을 할 때 끊기는가?
3. CMKY 모드를 지원하는가?
4. PSD 확장자를 지원하는가?
5. 매우 넓은 넓이의 그림을 그릴수 있는가?
6. 어느정도의 편집능력을 갖고 있는가?
자, 이제부터 하나하나씩 짚어보며 페인팅 프로그램으로서의 크리타에 대해 알아봅시다!
< 1. 다양한 브러쉬 옵션을 지원하는가? >
: 페인팅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브러쉬 옵션'이라 함은... 말은 복잡하지만, 간단하게 이야기 한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수채화랑 유화를 흉내낼 수 있을정도의 브러쉬 표현능력이 있나?'
수채화와 유화. 사실상 페인팅 프로그램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브러쉬의 표현력을 갈고 닦는 이유는, 수채화와 유화를 실사에 가깝게 표현해내기 위해서입니다. 페인팅 프로그램계에서 페인터라는 프로그램이 갑인 것도 이 수채화와 유화를 굉장한 수준으로 구현해내고 있기 때문이죠.
- 디지털 페인팅의 명실상부 최강자 Corel Painter. 디지털 기술로 수채화의 느낌을 이정도까지 재현해내리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단, 컴퓨터가 폭발한다. 처음 수채화 브러쉬를 써보고 나서 깨달았다. '아, 컴퓨터도 팝핀 댄스를 출 수 있구나' 하고..
그렇다면 우리 크리타는 어떨까요? 음... 결과적으로 말씀드린다면, 아직은 더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어야 할 때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마련된 붓의 종류들은 다양하지만, 유화나 수채화구를 표현할 수 있을정도의 브러쉬 옵션은 없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나, 실제 화구를 재현 못한다 뿐이지 그림을 그려내는 데에는 전혀 지장없는 수준입니다. 자신이 브러쉬의 정밀함에 크게 기대지 않는 그림쟁이라면 크리타, 쓸만합니다.
< 2. 붓질을 할 때 끊기는가? >
: 페인팅 프로그램에서 붓질을 할 때 끊기는 것은 위에서 말했던 브러쉬 옵션 때문입니다. 물감의 농도, 색이 종이에 스미는 느낌, 다른 물감이 섞였을때의 부드러움, 물감이 말라가며 생기는 느낌 등등... 페인팅 프로그램의 브러쉬는 처리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요새는 그래픽 카드 지원에 쿼드코어까지 필요할 정도로 브러쉬 옵션의 연산이 무거워지는 추세인데요.
만약, 제가 이 크리타를 추천드리지 않는다면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항목 때문일겁니다. 붓질을 할 때 끊겨요. 제 작업용 컴퓨터가 꽤나 빵빵한 사양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끊긴다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위 1번에서 말씀드렸듯이 크리타는 브러쉬가 그다지 좋은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즉, 연산대비 브러쉬 구현 효율이 매우 떨어진다는 것이죠. 크리타를 이용하여 고해상도의 작업을 하실 프로분들께서는 반드시 참고하셔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범용 일러스트 프로그램계의 영원한 강자 SAI. 지금도 다시 써보고 싶은, 인생 최고의 페인팅 프로그램이다. 메모리를 두배더 할당하여 처리속도를 늘리는 과감한 결단, 그 결과 매우 매끄러운 작업이 가능해졌다. 리눅스를 쓰신다면, 와인을 깔아서라도 꼭 써보시길 권한다. 페인팅 프로그램은 이래야한다.
< 3. CMKY 모드를 지원하는가? >
: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리타는 그림쟁이분들께 매우 매력적인 어필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CMKY모드를 지원한다는 것! 두둥... 엔간한 상용 프로그램에서도 지원하지않는 CMKY모드를 지원한다는 것은 매우 훌륭한 장점이죠. 아, CMKY모드가 뭔가요? 라고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서 말씀드리자면, 쉽게 말해서 컴퓨터로 그린 그림을 종이로 뽑을때 반드시 필요한 모드라고 알고 계시면 됩니다. 그냥 뽑아서 감상하실거면 필요없어요. 종이로 뽑아서 돈을 받고 팔아야할 프로의 작업물에 필요한 모드입니다. 심지어 이건 그 날고긴다는 김프에서도 지원안해요. CMKY가 필요하신 리눅서분이라면 크리타는 필수입니다. 다른 운영체제를 쓰시는 분이시더라도, 공짜로 CMKY모드를 쓰시려고 한다면 크리타가 필요하실 겁니다.
- 감산혼합 CMYK. 아직 출력물로 그림을 다뤄본적이 없어 이 분야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다. 뭐, 엔간한건 홍대 출력소 가면 사장님이 다 알아서 해주시니까.
< 4. PSD 확장자를 지원하는가? >
: 만약 자신이 프로라면 PSD 확장자의 지원여부는 매우 중요합니다. 사실상 업계표준(?)이 되어버린 포토샵 파일 형식이기 때문에, 모든 업체에서 PSD를 요구하기 때문이죠. 크리타는 이 점에서도 칭찬받을만합니다. PSD 연동됩니다. 그러나, 100% 부드럽게 연동되지는 않습니다. 특히, PSD파일로 저장하실때는 클리핑 마스크 역할을 하는 Inherit alpha가 풀려버리니 조심하세요.
- 업계 표준 PSD. 이걸 다루지 못하는 그래픽 프로그램은... 걍 취미용이 될 수 밖에 없는 잔인한 현실. 그렇다고 포토샵 욕하지 말자. 너무나 잘 만들어서 까기도 미안한 갓본좌 포토샵니뮤ㅠㅠㅠ
< 5. 매우 넓은 넓이의 그림을 그릴수 있는가? >
: 일단 프로로서 페인팅 프로그램을 쓰려면 최에소오하안 A4 용지를 300dpi 로 출력할 수 있는 해상도인 2480 X 3508 정도는 작업가능 해야합니다. 다행히도, 크리타는 해상도 제한이라던가 하는 제약은 없습니다. 그렇습니다만... 앞서 말씀드렸던 2번의 문제때문에 의미가 없어집니다. 그림의 크기가 커질수록, 붓질할 때 훨씬 더 많이 끊깁니다;; 흠... 이점은 프로그램 자체적으로 메모리를 더 확보해준다던가, 최적화를 한다던가하는 방법으로 반드시 해결이 되어야 할 듯.
- 일단 이 정도 크기에서 원활한 작업이 가능해야만 취미수준 이상의 디지털 페인팅이 가능하다. 만약 원활한 작업이 안된다면... 프로그램을 더 가벼운 놈으로 바꾸시던가, 아니면 컴을 업글하시라. 아무리 취미라도, 어느정도의 지출을 감수하는 것은 어쩔수 없다.
< 6. 어느정도의 편집능력을 갖추고 있는가? >
: '아니, 지가 페인팅 프로그램은 편집하는 용도가 아니라매?'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몇몇 보이시는군요. ㅎㅎㅎ 다 알고 있습니다. 저는 예리하거든요. 여기서 말씀드리는 편집능력이란 전문 그래픽 편집 프로그램의 화려한 뽀샵질이 아닙니다. 아주 소박한 요구입니다. 레이어를 옮길수 있다든가, 크기를 늘렸다 줄였다 한다던가, 귀퉁이를 잡고 늘여서 그림을 짜부시키기도 하고 홀쭉이로 만들기도 할 수 있다든가... 하는 그런거요. 여기에 밝기/대비 조정이나 색감 조정, 필터기능 약간만 있으면 페인팅 프로그램으로서 제 몫은 다한 셈입니다. 크리타는 이런거 다 할 줄 아니까 합격! 굳이 다른 프로그램을 빌어서 고생안해도, 자체적으로 편집을 해낼수 있는 독립심 강한 아이입니다.
- 결론 : "내가 리눅스 그림쟁이라면 반드시 써야할 툴. 리눅스가 아니라도 고려해봄직한 선택지."
수많은 이유를 들어서 깠지만, 크리타는 잘 만든 툴입니다. 이만한 완성도를 가진 툴은 생각보다 드뭅니다. 때문에 당신이 그림쟁이이고, 그림을 그릴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는다면 훌륭한 선택지가 될 것입니다. 다만, '나는 그림을 진지한 취미로 생각하기 때문에 5만원 이상을 투자할 마음이 있다.' 라고 하시는 분이시거나, '나는 리눅스로 프로 생활을 하고 싶다.' 라고 하시는 분이시라면 기존의 페인팅 프로그램을 와인으로 돌리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돈받고 파는 것들은 다 그 값을 하기 마련이죠. 범용 일러스트 프로그램의 영원한 강자 SAI라던가, 클립 스튜디오라든가, 아트레이지같은 싸면서도 우수한 프로그램들이 많습니다. 뭐, 이 쪽을 업으로 삼고 계신 분들이라면 이미 다 알고 계실 내용이겠지만요.
- 연산대비 구현도에서 업계 최고를 달리는 아트레이지의 수채화 브러쉬. 5만원짜리가 100만원짜리 페인터보다 느낌이 좋다면, 이건 거의 죽창 혁명수준이다. 자신이 수작업 느낌의 그림을 즐겨그린다면 훌륭한 선택지중 하나.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계속 크리타를, 오픈소스를 쓰려는 것은 이것자체가 저의 여흥이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내가 쓰는 도구에 대해 이해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그저 도구에 지나지 않았던 프로그램들이, 이제는 이해하고 대화해야할 친구가 되었습니다. 모든게 리눅스를 만나며, 오픈소스를 만나며 제게 찾아온 선물입니다. 강요할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이 작은 기쁨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크리타로 그림을 그려주세요. 그리고 좀 더 크리타가 나아질 수 있도록 개발자에게 건의해주세요. 여러분들의 작은 도움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디지털 그림의 재미를 선물할 것입니다.
- '너가 있으니 내가 있다' 는 뜻의 반투어인 우분투. 그림쟁이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다. 그림은 같이 그릴때가 가장 즐겁다고.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시게 될 초보 디지털 그림쟁이 분들께 말씀드립니다. 프로그램은 여러분께 없던 그림실력을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페인팅 프로그램이 그림쟁이에게 주는 것은 오로지 '더 편한 그림환경' 일 뿐입니다. 자신의 그림이 이상하다면, 타블렛을 내려놓고 4B 연필과 지우개를 다시 잡으세요. 손에 새카맣게 흑연이 묻을 수록, 지우개가 너덜너덜 더러워질수록 그림은 예뻐질 것입니다.
- 페인팅 프로그램은 알파고가 아니다. 컴퓨터로 바둑둔다고 없던 묘수가 풀리는게 아니듯이, 그림도 마찬가지. 게다가, 시간이 좀 오래걸려서 그렇지, 수작업으로 하는게 결과물도, 재미도 훨씬 좋다. 처음 그림을 배우시는 분이시라면, 조금 돈을 투자하시더라도 가까운 그림학원에서 제대로된 도구와 선생님 밑에서 배울 것을 추천드린다. 어설프게 디지털로 버릇들이면 그림 베린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모두들 2017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 친구 딸내미 돌잔치 선물로 그려준 초상화. 크리타로 그렸다. 모두가 크리타로 더 행복하게 그림을 그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