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리뷰를 쓰다가 프로그램이 튕겨서 다 쓴 원고를 날리고 다시 멘탈을 추스르는 중인) 만화가 엄두 정종욱입니다. 이번에는 AzPainter2 라는 프로그램을 리뷰할 것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딱히 추천드리고 싶지 않은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단순히 정보만을 바라시는분들이 있다면 다음 내용만 읽으신 뒤 다른 일을 하시기 바랍니다. 바로...
" 크리타 쓰세요. "
자, 왜 이런 말이 나온 것일까요? 그 이유가 궁금하신 분들이 있으시다면 저와 함께 AzPainter2 를 톺아봅시다~!
1. AzPainter2 가 뭐야?
AzPainter2는 일본의 Azsky라는 개발자 분께서 꽤나 오랫동안 만들어오신 프로그램입니다. 원래는 윈도우 용으로 만들어져오다가, 근 2년 전쯤부터 완전히 리눅스로 갈아타셨다고 하더라구요. 나름 고정적인 사용자층을 갖고 있던 프로그램입니다.
https://namu.wiki/w/AzPainter2 - 나무위키의 설명란입니다. 업데이트가 오랫동안 안되어 쓸만한 정보는 없지만요.
http://azsky2.html.xdomain.jp/ - AzPainter2의 개발자 홈페이지 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딱 보면 바로 떠오르는 녀석이 있습니다. 바로...
- 이게 SAI tool 이구요.
- 이게 AzPainter2 입니다. 페인팅 프로그램계의 작은 거인 SAI tool. AzPainter2는 바로 이 SAI를 철저하게 벤치마킹한 프로그램입니다.
때문에, 이번 평가의 기준점은 '얼마나 SAI의 지향점을 잘 구현해 내었느냐' 입니다. 더 쉽게 풀어서 이야기 하자면, '최적화된 기능으로 재빠른 처리속도를 가지면서도, 페인팅 프로그램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을 다 갖추었느냐?' 인데요...
...그러나 이 AzPainter2는위의 지향점에 맞춰 평가하기 힘들었습니다. 바로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 때문이었습니다. 무엇이 저를 좌절시켰을까요?
2. 컴파일을 아시나요?
여러분 여러분 초보 리눅서 여러분. '컴파일'에 대해 아십니까? 리눅스에서는 설치파일을 실행시켜 설치를 하는 방법이나, 소프트웨어 관리자를 써서 쇼핑하듯 프로그램을 까는 방법 말고도 컴파일이라는 설치방법을 지원합니다. 저는 AzPainter2 때문에 컴파일이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 개념에 대해서 설명드리자면...
" 드디어 철가방 아저씨가 짜장면을 갖고 오셨습니다! 당신은 버선발로 달려나가 짜장면을 친히 영접하러 나섰으나, 그대를 기다리고 있는 물건은... ...반죽용 밀가루, 양파, 당근, 감자, 짜장용 춘장. 이것들을 정성껏 하나씩 꺼내신 철가방 아저씨는 해맑게 웃으며 이런 말씀을 남기고 사라지셨습니다. '자꾸 이런 배달음식 시켜먹어 버릇하면 못써요. 음식은 손 맛이거든!' "
...저는 기나긴 분노의 컴파일 과정을 거치며 한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아, 나의 내면에도 악마가 살고 있구나.' 아마 하모니카 사이트 고수 여러분들의 도움이 아니였다면, 저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로지텍 키보드를 내면의 악마에게 제물로 바쳤을지도 모릅니다. 초 고난이도 게임들을 하면서도 단 한번도 패드를 집어던지지 않았던 착한 아이가, 어느덧 성인이 되어 겪은 첫번째 타락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겁니다.
이건... 이건 너무 불편합니다. 몰론, AzPainter2는 한 개인이 순수한 선의로만 만드는 물건이기 때문에, 우리가 감놔라 대추놔라 사과가 땡기니 사과도 놓거라 할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프로그램이 널리 퍼지기 바라는 개발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더라도 이건 이해가 가지 않는 설치방식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의 장단점을 논하기도 전에 설치 단계에서 내면의 악마를 만나야한다는건 심각한 문제입니다. 차기 버젼업에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숙제겠지요.
3. 총평 : 크리타대신 쓸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도 큰 단점은 제목 그대로입니다. 리눅스 전용인 AzPainter2의 가장 강력한 위협요소라 할 수 있는 크리타. 이 크리타보다 딱히 나은 점이 없습니다. SAI를 벤치마킹하여 단순하면서도 효율적인 인터페이스와 기름기 쫙 뺀 기능들을 갖추고 있지만, 이 모든 것들이 큰 의미가 없어요. 기능을 쫙 뺐다고는 하나 붓을 종이에 그었을 때의 처리속도가 빠른 것도 아니구요. 그렇다고 실제 수채화나 유화에 가까운 새끈한 표현력을 갖춘 것도 아닙니다. 왜 AzPainter2의 브러쉬 엔진이 구린지에 대해서는 디지털 페인팅 작동원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에, 간단히 줄여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크리타보다 딸립니다.'
- 처리속도나 가능성을 논하기 이전에, 표현력이 너무 안좋다. 쉽게 말하자면 디지털 삘이 너무 난다.
크리타는 공짜이고 오픈소스고 하는 논리를 떠나서도 매우 우수한 페인팅 프로그램입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칭찬해줄 것은 브러쉬 엔진, 즉, '얼마나 실제 수채화나 유화의 느낌을 잘 살려내는가' 에 대한 능력인데요. 이것이 훌륭하다 말하는 게 아닙니다. 기본을 합니다. 또한, 세밀한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다룰수만 있다면 매우 표현력이 뛰어난 디지털 붓을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크리타보다 딸리다는 것은, '기본을 못하고 가능성이 없다' 는 것이겠죠.
SAI나 AzPainter2같은 심플한 페인팅 프로그램을 쓰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심플하지만, 그 심플을 메꾸고 남을만한 기본기가 탄탄하기에 쓰는 것이겠죠? 그러나 AzPainter2는 페인팅 프로그램, 가상의 종이와 붓 또는 연필을 구현해내는 프로그램에서 가져야할 가장 기본중의 기본에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때문에 저는 이 프로그램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훌륭한 대체재인 크리타가 있기 때문에라도 더더욱 그러합니다.
안타깝습니다. 이 정도 프로그램을 만들고 지금까지 키워왔다는건 매우 힘들고 어려운 일일테니까요. 때문에, 이 리뷰에서 지적한 내용들을 개발자분께 개선사항으로서 건의할 생각입니다. 오픈소스 진영에서도 크리타의 대항마가 생겨나, 선의의 경쟁을 벌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입니다. 반드시 그렇게 되어 모두가 즐겁게 디지털 페인팅을 즐길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바라며 이만 글 줄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그리고 AzPainter2 설치에 도움주신 고수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사용기 너무 재미있네요 ^^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민트나 하모니카에서 와콤 타블릿 붙이고 크리타 쓰면 잘 인식되고 그리기 잘 되는지요? 아무래도 이쪽은 문외한이라 접근을 해보고 싶어도 잘되는지 몰라서요 ^^